이성진이 누구지?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은 동양인 남녀가 로드레이지를 시작으로 마치 턴제 게임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번갈아가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이야기다. 드라마 속 한인들이 수학 천재나 세탁소나 마트 주인이 아닌 점이 산뜻하고 이야기 전개가 흥미진진하며 재미 교포로 설정된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새로우면서도 그 묘사의 적나라함이 적당히 낯설고 불편하다.
한인들의 한국어 연기는 다소 어색한 감이 있으나 몰입이 깨질 정도는 아니고 미국 드라마에서 이 정도 레벨로 감정 이입이 가능한 진짜 사람 같은 한인 캐릭터를 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라 작감이 누군지 궁금해서 엔드크레딧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크리에이터로 이성진이라는 낯선 이름이 떠서 도대체 누구신지 알아내려 이리저리 검색을 해 봐도 딱히 정보가 없다.
보통 이 정도 고퀄 드라마의 크리에이터의 필모그래피엔 유명하진 않아도 싹수가 느껴지는 작품이 한 두 편은 있기 마련인데 이성진의 필모는 크리에이터 치고는 거의 신인에 가깝고 기사를 찾아봐도 별 게 없다. 2016년 작품인 샌드라 오 주연의 ‘캣파이트’랑 비슷한 감은 있다만 신인 크리에이터가 미국의 메이저 상업 드라마 업계에서 드디어 진짜 사람 같은 한인 캐릭터를 그것도 주연으로 탄생시켰다는 점이 놀라우면서도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더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