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루저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감독을 꿈꿨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싼 돈 내고 영화학과까지 갔지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갖는 데 실패했다. 언젠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실패를 인정한 순간 가장 크게 변한 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영화. 뭘 봐도 재미가 없고 시큰둥했다. 마지막으로 내 돈 내고 극장에서 본 한국영화가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한창 꿈 많던 영화학도 시절에는 진짜 많이 봤다. 거의 극장에서 살았고 영화제도 자주 다녔다. 암튼 그래서 더 넷플릭스에 빠졌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이 다큐를 보게 된 건데.. 잘 봤다. 역시 넷플릭스다. 위로가 됐다. 이걸 보고 나니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갖는 데 실패한 게 실패가 아니라 영화를 싫어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멀리하고 안 보게 된 게 진짜 실패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실패자로 알려진 선수들의 인생 여정을 쭉 보고 있노라니 정상에 올랐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특정 종목 특정 대회의 우승에 온 인생을 바쳤음에도 결국엔 실패했지만 그 후로도 계속해서 그 종목을 즐기고 주위 사람들을 돕고 세상에 도움이 되려 노력하는 실패자들이 그렇게 멋있고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들이 진짜 승리자다. 어차피 영원한 1등은 없다. 누구 말 마따마 1907년 대회 우승자를 지금 누가 기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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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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