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이쯤되면 일이 점점 커지며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고 소설가에게도 위기가 닥쳐야 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극적인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소설가의 인생에 등장했다 퇴장하길 반복하고 심지어는 사라졌던 여자 친구마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돌아오지만 평범하기 그지 없는 온천 여행을 마지막으로 안녕이란 말만 남기고 떠나가버린다. 그래도 소설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처럼 단골바와 카페와 가끔은 호텔을 전전하며 그저 추리 소설을 쓰고 또 쓸 뿐이다.
작가는 2년 여간 이 모든 일을 겪으며 틈틈이 에세이도 연재했는데 그게 바로 ‘모두 잊었으니까’고 이렇게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것이고 에세이를 마치는 글은 다음과 같다.
“이 연재를 시작한 지 2년도 채 안 돼서 내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담당 편집자도 친구도 아주 가까운 사람도. 그들과의 추억을 다시 읽어 보니 잊힐 것만 같은 일들 뿐이었다. 써 놓길 잘 했다.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도 현실이라 믿었던 일도 조만간 우리는 모두 잊을 테니까.”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16mm 필름 룩을 보자마자 바로 이거지 싶었는데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주옥같은 회별 ost 그리고 지금껏 살아오며 잠시 스쳐 지나간 인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까지! 아베 히로시의 연기는 적절했고 쿠도 칸쿠로와 차라도 반가웠다. 1월에 보고 걸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걸작이든 졸작이든 조만간 잊을 테니까 이렇게 블로그에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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