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들이나 미처 답을 찾지 못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보통 새벽 2~3시쯤 잠이 들거나 밤을 새기도 하는데 어제는 11시쯤 확 자 버렸다. 어차피 밤늦게 허둥지둥 뭔가 시작해봤자 제대로 될 리가 없고 밤 잠 설치며 생각을 해 봤자 답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네 다 포기하고 눈을 감고 드러누워 버리자 예상 외로 순순히 잠이 들었고 나이 때문인지 새벽 3시쯤 눈이 번쩍 떠졌는데 뜬금없이 방 한 가득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재활용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에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서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 분리수거함에 잘 분류해서 버렸고 이왕 밖에 나온 김에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새벽 조깅이라도 하면 어떨까 해서 동네 한 바퀴를 달려보기로 했다. 큰 길로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져서 다시 집에 들어갈까 했지만 간만에 비도 좀 맞아보고 싶어서 계속 달렸는데 촉촉하고 시원하고 이상하게 상쾌해서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마스크를 안 쓰고 있어서였다.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마스크 없이 길거리를 달려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론 처음이니 최소 반년쯤? 속이 다 시원했다. 3km쯤 달린 것 같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동네 한 바퀴를 달리고 왔더니 이렇게 저절로 글도 써진다. 이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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