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준다. 영국의 첩보원이 킬러 오타쿠인데 자신이 오랜 시간 추적해온 킬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찐한 우정 또는 금기된 사랑 비스무리한 관계로 발전한다는 이야기이다. 비주얼, 음악, 액션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지만 무엇보다 캐스팅이 예술이다.
첩보원 역의 산드라 오야 두 말 할 필요 없고 킬러 역의 조디 코머가 압권이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배우가 나타났는지 신기할 정도로 킬러 역을 창조적으로 소화해냈다. 피오나 쇼우도 마찬가지. 드라마와 영화의 위상이 엎치락뒤치락 된 지 오래지만 이런 걸 보면 요즘엔 드라마가 이긴 것 같다. 요 몇 년 간 킬러와 첩보원이 나오는 영화 중 이보다 세련되고 쿨하고 흥미진진한 게 있었던가? 아마 10년 전이었음 ‘킬링 이브’는 드라마가 아니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 드라마 자체도 시즌당 8부작으로 긴 편이 아니고 원작 소설 자체도 이야기 거리로 봐선 미니 시리즈에 적합하다고는 볼 수 없어 어쩜 영화가 정답이었을 수도 있다.
다 좋은데 아쉬운 건 시즌2는 1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막판엔 “킬러A를 잡기 위해 킬러B의 도움을 받는다”는 클리쉐까지 동원될 정도로 이야기가 꾸역꾸역 억지로 진행되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 우린 티백 같다고나 할까? 시즌3이 나온다는데 시즌1의 임팩트를 능가할 순 없을 것 같다. 원작 소설도 봤는데 드라마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