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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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의 송별회가 있었다.
거창한 자리는 아니고 마지막으로 조촐하게 저녁 식사나 같이 하는 자리였는데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우리 대표는 한번 부하직원은 영원한 내 식구니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데려간다는 마인드라고 들었다. 대표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을 해도 월급이 안나오고 비전이 안보이면 고맙긴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되니까 떠날 수 밖에 없다. 하여간 투덜이 직원은 고전적인 스탈의 미남이고 명문대 출신의 유학파라 대표가 유독 아끼고 관심을 보이던 직원이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자마자 떠나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표에게 귀염을 받기는 커녕 투자된 급여에 비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눈치만 보고 있는 처지라 아마 사직서를 내도 그러려니 할 것 같다. 기획팀 식구 전부가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송별회는 주변 건물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삼겹살 집에서 이루어졌다.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고 자리를 잡긴 했는데 직원들이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고 다들 이런 저런 일들이 있다는 이유로 하나 둘씩 따로 따로 나타나서 다 모일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제일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던 나는 투덜이와 둘이서 옛날 얘기를 하며 어색한 시간을 때울 수 밖에 없었다.
어영부영 직원들이 다 모이자 전혀 흥이 나지 않는 건배를 하고 주섬주섬 고기를 주워먹은 후 한시간도 지나기 전에 송별회가 끝났다. 부어라 마셔라 나가서도 우리 잊지 말고 잘 살아라 하는 흥청망청 분위기는 없었고 떠나는 이도 보내는 이도 찝찝하고 어색한 송별회였다. 회사가 망해가는 마당에 누가 누굴 위로하고 축하해주겠는가.
주된 화제는 회사 나가서 뭐 할거냐였는데 투덜이가 앞으로 영화는 안 할거구 아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서 안정된 여생을 누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자 몇몇 고참 직원들의 은밀한 비웃음이 숯불에 고기타는 연기 사이로 흘러내렸다. 대기업이면 대기업이지 아무 대기업이 어딨냐며 잠깐 웃어들댔지만 다시 자리는 잠잠해졌다.
어제까지는 부하직원이고 동료였지만 이제 회사를 떠나면 말 그대로 남인데 대기업을 가든 중소기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유학을 가든 경마를 하든 상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우리가 언제 회사를 떠날지 모르는 마당에 남이야 뭘 하든 무관심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은 가을이고 좀 있으면 연말이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료가 떠나는 자리여서 싱숭생숭한 마음에 누군가 눈물이라도 흘리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고 빨리 이 어정쩡한 송별회를 끝내고 각자 스케줄에 따라 자유 시간을 갖고 싶은 눈치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런 눈치를 감지한 리더 언니는 소주병에 소주가 아직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 이거 마시고 일어나자며 분위기를 조성했고 모두들 신속히 잔을 채워 아무 구호도 없는 건배를 하고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삼겹살집에서 나왔다. 아마 삼갑살집 사장님은 테이블이 빨리 비어서 디게 좋아했을 것이다.
송별회가 끝난 후 나는 투덜이에게 허전하면 어디가서 한잔 더 하겠냐고 물어봤는데 약속이 있다며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가버렸다. 회사는 관뒀지만 우리끼리는 자주 봐요 라고는 했지만 자주 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투덜이를 보낸 후 나는 왠지 허전해서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캔을 원샷하고 집에 들어왔다.
아무개 직원의 송별회가 조만간 또 있을 예정인데 그땐 어디서 송별회를 해야할지 고민이다.
우리 망해가는 영화사에는 제작비를 더 이상 구하지 못해 촬영이 중단된 영화가 한편 있다.
술마신 밤이면 늘 그렇듯 잠이 안와서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는데 만약 그 영화가 끝끝내 제작비를 구하지 못하고 엎어지면 그동안 고생한 감독과 스텝들의 마음이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할지 내가 스텝이라고 생각하고 상상을 해 보았다. 천문학적인 피같은 돈을 날리는 투자자의 심정은 절대로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현장에서 밥차로 끼니를 때우며 모텔에서 수많은 날들을 지새우며 고생한 스텝들의 노고와 허무함은 억지로 상상하면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가의 원통함은 내가 미쳐 상상하지 못했었다. 제작이 중단되더라도 받을 돈 다 받았으면 그걸로 뭘찍건 신경끄고 다른 작품 구상하면서 행복하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영화사에서 진행하다 제작이 중단된 작품의 작가님은 그렇지 않았다.
방송국 드라마 작가와는 달리 한국 영화계에서의 시나리오 작가란 존재는 촬영과 동시에 잊혀진다. 고사 지낼때도 회사에서 불러는 주지만 자리에 모인 현장 스텝 중에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뻘쭘하게 절 순서를 기다리다 절하고 돈내고 집에 간다.
드라마는 한회 촬영 끝나면 시청자 반응보고 다음 회 대본을 작업하는 촬영과 집필의 동시 진행 시스템이지만 영화는 촬영 전에 대본을 다 써서 넘겨버리기 때문에 크랭크인 후에는 작가의 이용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다.
하여간 시나리오 작가의 원통함을 알게 된 계기는 촬영이 중단된 채 오랜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남자 친구와의 전화통화였다.
어느 날 저녁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찍혔길래 사채광고 전화겠거니 생각하고 심드렁하게 받았다. 잠깐의 침묵 후 낯선 남자가 내 이름을 대며 아무개씨 핸드폰이죠? 라고 묻는 것이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호감형은 아니어서 잠깐 긴장을 했는데 남자는 자기가 제작 중단된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의 남자 친구라고 정체를 밝혔다.
작가의 남자 친구가 왜 나한테 전화를 했는지 작가는 왜 남자 친구를 시켜서 나에게 전화를 했는지 그 작가와 친하지 않아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잠깐 머리가 복잡했는데 남자는 내가 그걸 궁금해할 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작가와 친한 우리 영화사의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전화를 해봤는데 통화가 되질 않아서 결국 알지도 못하는 나의 핸드폰 번호를 명함에서 찾아보고 전화를 했다고 자초지종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었다. 여자 작가가 소심한 성격이라 명함만 받았지 말 한번도 안해본 나에게 전화하는 걸 쑥스러워하길래 옆에서 보고 있기 안스러워 자기가 나섰다는 것이다.
일단 왜 다른 사람들이 작가의 전화를 받지 않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이 없어서 촬영을 못하고 있고 마지막 촬영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돈을 구할 확률은 낮아지고 엎어질 확률은 높아지고 있는데 그 사실을 조만간 자신의 시나리오를 스크린으로 볼 생각에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게 행복해하던 작가에게 통보하는 악역을 맡기가 싫었던 것이다.
정밀 건강검진을 마친 환자에게 당신은 시한부 인생이니 남은 인생 잘 정리하세요라고 말하는 의사의 심정과도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때로는 남은 인생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환자일 경우에는 보호자와 상의 후 환자의 심적 충격 완화와 모르는게 약이라는 이론을 근거로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있다고도 들었다.
나는 제작 중단된 작품의 작가의 남자친구에게 조만간 다시 촬영이 시작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거침없이 밝은 톤으로 말해주었다. 남자는 정보 감사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엿듣고 있던 여자 작가의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그때가 저녁 6시쯤이었는데 두사람은 나의 거짓말을 듣고 기분 좋다고 비싸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갔을 수도 있겠다.
나에겐 거짓말이 아니라 영화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다는 꿈이 있다.
입봉 준비만 몇 년째인 친구와 진탕 술을 마시고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신정아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의 영화인생을 걸고 반드시 신정아 전기 영화를 만들고 싶긴 했는데 신정아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건 오늘이 처음이다.
어차피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만약 누군가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대신에 나에게서 쾌락을 얻고 싶어한다면 기꺼이 도와줄 용의가 있다. 지금 내가 가장 만들고 싶은 건 신정아 전기 영화인데 만약 누군가 신정아 전기 영화를 만들게 해줄테니 몸로비를 하라고 하면 SM이든 코스튬이든 주문만 하면 오케이다.
문제는 나의 몸값이다. 여러 사람들에게서 피부 상태가 A급이고 머릿결이 환상이며 대충보면 꽃미남 스탈이라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저렴한 값에 오케이하리란 기대는 버려야 한다. 물론 지금 망해가는 영화사에서 받는 연봉이 편의점 알바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어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부를 순 없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나잇 한번에 십만원 이하로는 응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으로서 나의 몸값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신정아와 나는 성별만 다를 뿐 빠질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신정아 통장엔 몇억이 있다는데 나의 통장은 왜 이러냐. 하여간 신정아 전기 영화를 만드는건 나의 영화인생을 걸고 추진하고픈 프로젝트인데 신정아 전기 영화 만들게 해주는 조건으로 누군가 나의 몸을 원하면 조건만 맞다면 기꺼이 오케이다.
요즘 하루 하루 나이도 먹어가고 피부 탄력도 떨어지고 체력은 바닥이고 술도 많이 먹어서 속도 안 좋은 것 같구 설상가상으로 후배 꽃미남들이 치고 올라와서 걱정이 태산이다. 이대로라면 자격증은 1종 보통뿐인 나의 몸값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떨어질게 뻔한데 나도 신정아처럼 한살이라도 어릴 때 승부를 봐야 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양균이 형을 물색해야 되는데 역시 신정아가 대단한게 나는 청와대에 아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에 근무중이고 나를 탐낼만한 형만 포착된다면 기꺼이 몸로비할 생각이 있긴 한데 뭘해야될지 몰라서 답답할 뿐이다.
평소 주량의 2배를 마셔서 그런지 어질어질함에도 불구하고 또 한잔 하고 싶은데 갑자기 내 머릿속에 전설로만 전해오는 영화계 3대 미인이 떠올랐다. 영화계 3대 미인이라면 B영화사 마케팅 직원과 모 감독님의 연출부 그리고 나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손담비가 울고 갈 정도의 몸매가 자랑인 아무개 양인데 세월이 지났으니 3대 미인도 물갈이 됐을 것 같아 노래방에서 조용필의 단발머리 소녀를 부르고 싶다.
구치소에 있는 신정아님한테 연락해서 님 전기 영화를 만들고 싶으니까 한번만 도와달라고 바닥에 드러누워서 울고 불고 애걸복걸 스트립쇼라도 하고 싶은데 술 다깨면 이 포스팅은 바로 삭제할 수도 있다.
피곤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는데 한살이라도 어릴때 호빠에서 알바나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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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a 2007/10/19 00:13 # 답글
Lucida 2007/10/19 00:31 # 답글
까웅 2007/10/19 00:39 # 답글
이방인 2007/10/19 01:13 # 답글
지나가는 2007/10/19 01:38 # 삭제 답글
1,440,000,000
hella 2007/10/19 02:10 # 답글
마리 2007/10/19 09:52 # 삭제 답글
유케이 2007/10/19 12:26 # 답글
1,440,000,000 / ㅋㅋㅋ
영화.... 2007/10/20 02:14 # 삭제 답글
저도 영화사에서 일하는게 꿈인데...
애드맨 2007/10/20 04:15 # 답글
울트라맨 2007/10/22 16:01 # 삭제 답글
heve 2007/10/22 20:06 # 답글
통장보고 힘나는 사람도 있고,
지가 만든 거 보고 힘나는 사람도 있잖아요~
애드맨 2007/10/22 21:32 # 답글
heve님 // 만들어봐야 할텐데요;;
액시움 2008/03/16 19:28 # 답글
승부사 2011/12/17 04:34 # 삭제 답글
요리사가 요리를 할때 만들고 싶은 맛과 그림에 따라 그요리가 나옵니다.
님 말대로 한다면 강제규같은 감독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최고은이 같은 극작가도 나왔습니다만...
최진실이도 하루 두시간 자고 그돈을 그명성을 얻었습니다.
좀더 나은 직장을 원하신다면 공무원시험공부를 하시지요.
나이제한도 없어졌습니다. 영화에 몰두하신것처럼하면 성공하실것입니다.
비웃는건 절대 아닙니다. 편의점 알바도 살벌하다는건 아는 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