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0일 월요일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변명

 


질풍노도의 추석이 지나가고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어쩐지 우울해질 것 같다. 2007년에게 변명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슬슬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지나고 연말이 된다고 그동안 꼬여있던 작품들이 잘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고 뭔가를 새롭게 시도하고는 싶지만 대충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유형별로 겪어봤기에 엄두도 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모두에게 OK를 받아낼 수 있을만한 A급 베스트셀러 수준의 원작 아이템을 발굴해서 출판사에 전화해보면 대부분은 이미 판권이 팔렸거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을 제시한다. 큰 맘 먹고 달러빚을 내서라도 판권을 사겠다고 덤벼들어도 이미 여기 저기서 연락을 받고 몸값이 뛴 HOT한 작가들은 돈을 좀 덜 받더라도 공신력(?) 있는 영화사나 유명 감독과 일하고 싶어하지 어지간해서는 듣보잡 신생 영화사에는 판권을 넘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플랜B. 모두에게 OK를 받아낼 수는 없겠지만 나름 싹수가 보이는 원작 아이템일 경우 수없이 많은 기획회의를 거치며 울고 웃고 화내고 슬퍼하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다보면 어쩌다 한번 쯤은 판권을 구매할 수가 있다.


판권을 구매했으니 이제 작품을 각색해줄 시나리오 작가를 구해야 되는데 작가 구하는 작업이 쉽지가 않다. 이 단계도 판권 구매 작업과 똑같은 어려움이 있는데 모두에게 OK를 받을 만한 A급 작가인 경우는 몸값이 비싸고 스케줄도 꽉 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변 영화인들에게 물어물어 B(?)급 혹은 신인 작가와 컨택을 하고 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신생 영화사와 무명 작가의 관계이다 보니 서로에게 신뢰가 없어서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각색안이나 각색에 대한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써오는 작업도 돈을 받고 해야 되는데 영화사 입장에선 신인 작가가 뭘 써올 줄 알고 돈을 줘야되냐는 생각이 들고 작가 입장에선 일단 한번 써 갔다가 뻰찌 먹으면 뭐주고 뺨맞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눈치 빠르고 잔뼈가 굵은 작가들은 대충 사무실 구경 한번만 해도 회사 자금 사정을 알아내는데 제법 여유가 있는 회사라고 견적이 나오면 아쉬운 건 작가 쪽이라 영화사에서 굳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각색안을 보내주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런 무료 각색안이 분쟁의 씨앗이 되곤 한다.


실제로 신생 영화사와 신인 작가 사이에서는 이런 분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분쟁은 신인 작가가 영화사에서 진행하는 작품의 각색 작업을 따내기 위해 일단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작업한 무료 각색안을 보내면서 발생한다. 각색 작업이 쉬운 작업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신인 작가는 각색안을 보내고 몇일 혹은 몇주일 후 영화사 기획실 직원에게 작가님의 각색안은 우리 회사의 기획 방향과는 다르기 때문에 죄송하게 됐습니다라는 통보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통보를 받게 되면 대부분은 그냥 소주 한잔 하며 신세한탄하고 내일을 기약하지만 몇몇 작가들은 주변 영화인들에게 그 영화사 욕을 해댐과 동시에 법정에서 보자며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하고 자신의 각색안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각서를 써달라고도 하는데 보통은 소정의 사례금을 지불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다. 기가 쎈 영화사에서는 그냥 무시해버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일이 커졌다는 얘기는 못 들어본 것 같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영화사 쪽에서 작가를 믿고 계약을 하고 진행비를 지불 했는데 마감일을 한참 넘긴 후 형편없는 수준의 각색안 한 장만 달랑 이메일로 보내오는 경우다. 대표에게 내가 써도 이거보단 낫겠다는 호통을 들은 기획팀 직원은 허둥지둥 재작업을 요구하지만 몇일 후 다시 오는 건 역시 형편없는 수준의 A4 한 장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오고감이 몇 번 반복되면 작가와 영화사의 인연은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그 작가에게 일을 시킨 기획팀 직원은 영화사에 누를 끼쳤다는 생각에 월급이나 진행비가 나오지 않아도 떳떳하게 달라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된다.


감독 선정 단계의 어려움에 대한 변명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든지 말든지 해야겠다.


그나마 아이템 발굴 작업이나 작가 선정 작업은 영화사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얘기고 사무실 월세나 제대로 내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의 영화사 기획팀에서는 사실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작품 개발에 참고한다는 명목으로 집에서 가져온 외장하드에 저장된 일드나 미드 그리고 영화를 보며 업무 시간을 떼우며 회사 사정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이제 남은 건 플랜C. 기획팀 직원이 직접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다. 베스트셀러급 원작을 구매하거나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와 계약할 여력은 없으니 어차피 월급 받고 할일도 없는데 출근해서 시나리오를 못 쓸 이유도 없다. 회사 입장에선 시나리오가 잘 나오면 땡큐고 안 나온다고 해도 본전이다. 기획팀 직원의 입장에선 직접 쓴 시나리오를 회사에서 좋다고 하면 땡큐고 회사에서 싫다고 하면 다른 회사에 들고가면 되는데 다른 회사에서 싫다고 해도 그냥 습작했다 생각하면 된다. 이래저래 회사나 직원에게 손해는 아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통계에 의하면 플랜C가 가동된 후 영화사가 망하기까지는 대충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얼마전부터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덧글

  •  Kitano 2007/09/26 01:12 # 답글

    애드맨님의 블로그를 올 때마다..
    웃음이 나면서도..가끔 졸업 후 제 진로를 생각하면 웃음이 싸악 사라집니다;;;; ㅡㅜ..
  •  애드맨 2007/09/26 01:16 # 답글

    kitano님 // 실화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웃어넘겨주세요 ㅎㅎ
  •  이적 2007/09/26 03:28 # 답글

    대박나길 기원합니다.
  •  hella 2007/09/26 03:29 # 답글

    이런.. 소리 나오는데요. 마지막 문장.;
  •  tommi 2007/09/26 05:30 # 답글

    갈수록 실화인지 아닌지가 정말 궁금해 지는군요...;;
  •  검은머리요다 2007/09/26 13:17 # 답글

    아이구 어쪈대요..
  •  아카식 2007/09/26 14:23 # 답글

    밸리타고 왔습니다.

    과연 이런 뒷얘기를 들으니 참 침통하군요.

    저도 관련 직종희망자로써 참 울적해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네요.


    링크걸고갑니다.
  •  Azreal 2007/09/26 16:12 # 답글

    아 막 눈물이 나려고 해요;;;
  •  애드맨 2007/09/27 01:31 # 답글

    웃자고 쓴 글인데 분위기 완전 다운이네요;;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므흣한 소개팅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귀성을 거부하고 서울에 홀로 남아있는 혼기 꽉찬 영화인 동갑내기 두 명에게 소개팅을 시켜주었다.


소개팅을 주선한지가 오래되서 몰랐는데 요즘 소개팅은 그냥 남자에게 여자 전화번호만 알려주면 당사자 둘이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라 주선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하여간 여자에게 허락을 받고 남자에게 여자 전화번호를 알려주니 역시 알아서 잘 진행되었다. 그렇게 둘이서 만날 약속을 잡고 지들끼리 알아서 다 하는 모습을 보니 세상 참 좋아졌구나 싶었다. 그래서 둘은 만났다. 그냥 만난 것도 아니고 귀성객들이 빠져나가 한적한 서울 시내에서 아담과 이브처럼 오붓하게 사이좋게 잘 만난 것 같았다.


남자가 소개팅 도중에 소개시켜 주어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주었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는 대충 알 수 있었다. 남자에게 문자를 받자마자 여자에게 문자로 속마음을 떠보니 ‘고마워. 담에 내가 술한잔 살께’라는 문자가 온 걸로 봐선 여자도 제법 만족하는 눈치인 것 같았다. 선행을 한 기분이었다.


문제는 둘이 만나서 어떻게 됐는지 너무 궁금해죽겠는데 밤 12시가 되도 새벽 1시가 되도 새벽 2시가 되도 새벽 3시가 되도 다음날 아침이 되도 뭐가 어떻게 됐다는 전화가 오질 않는 것이다.


남자는 고향이 지방이라 시내에서 혼자 원룸에서 살고 있고 여자도 고향이 지방이라 혼자 원룸에서 사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원룸은 걸어서 30분 거리다. 여자가 혼자 살기 때문에 소개팅이 끝나면 끝났다고 연락을 해줘야 안심하고 잘 수 있을텐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잠도 제대로 못잤다. 두 남녀의 집이 가까우니까 남자가 잘 알아서 데려다줬겠거니 생각하고 신경 끄고 자려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이 가깝다보니 더 신경이 쓰이고 싱숭생숭한게 잠이 오질 않았다.


남자는 영화판에 뛰어든지 제법 오래되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고 여자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키도 늘씬한데 역시 영화판에 남자와 비슷한 시기에 뛰어들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잠깐 들은 얘기로는 서로 영화만 같이 안 했다 뿐이지 아는 영화인 대부분이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금방 친해졌을테고 마음씨 좋은 선남선녀라 흉한 꼴은 생기지 않았으리라 믿고 있다.


소개팅 후 24시간이 지났고 내일은 휴일이고 내일모레는 추석인데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두 사람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고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애매해서 결국 이렇게 나만의 비밀 블로그에다 털어놓게 되었다. 블로그에다 털어놓는다고 두 사람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소개팅 주선자인 나에게 연락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내 문자와 전화를 지금 이시간까지 씹고 있었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잤으면 잤다고 허심탄회하게 연락을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부디 서로에게 낭만적인 연휴가 되고 있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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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잇굿? Since 2007 :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추운 겨울 2020-06-02 15:07:17 #

    ... 에게 사과의 의미로 술을 사며 이번 겨울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만들어줄 남자를 반드시 소개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보너스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과 지난 번처럼 남자에게 너무 빨리 해피타임을 허락하면 안되는 이유를 차근 차근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던 중 겨울이 되면 당장 내가 추위에 떨게 생겼는데 지금 상처받은 소개녀 위로해주고 있을 땐가 싶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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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tano 2007/09/24 02:14 # 답글

    왠지 흉한 꼴이 아니라..흐으으음..
    마지막 줄의 의견에 저도 1표를;;
  •  검은머리요다 2007/09/24 12:11 # 답글

    아이참. 말안해도 서로 통하는 그 무엇.
  •  이방인 2007/09/24 12:30 # 답글

    부럽;;
  •  달콤베이비 2007/09/24 17:02 # 삭제 답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키도 늘씬한 여자가 지방에서 올라온 영화인의 원룸에 순순히 따라갈리 없습니다.
    30평대 아파트에 자취하는 솔로남이면 모를까...
    아님 얼굴 예쁘고 몸매 좋고 키도 늘씬할 뿐 아니라 정말정말 착한 여자던지....
    아님 영화인에게만 흥분하는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던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남자가 뻘짓하다가 끝났을 겁니다. 넘 걱정하지 마세요.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명절 스트레스

 


내 주변에는 어릴 적 꿈은 영화인이었지만 철들고 나서부터는 꿈을 버리고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몇 명 있다. 그 친구들 중에는 가까운 친척 어르신이 제법 유명한 영화 제작자였기 때문에 영화의 꿈을 일찌감치 버린 친구가 있는데 어려서부터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워왔지만 명절 때마다 영화 제작자 친척 어르신의 파란만장한 흥망성쇄를 지켜봐오며 자연스럽게 영화인의 꿈을 일찌감치 버렸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자 친척 어르신은 제작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해의 명절에는 멋진 옷을 입고 나타나 용돈도 푸짐하게 안겨주지만 흥행 실패한 해의 명절에는 잘 나타나지도 안았고 참석은 하더라도 기가 죽은 채 용돈은커녕 구석에서 술만 퍼마셔댔다고 한다. 영화일을 안하는 친척들은 매년 꾸준하게 사람처럼 살고 있는데 영화하는 친척이 그 모양이면 누구라도 선뜻 영화인의 길을 선택하긴 힘들 것이다.


해마다 명절만 되면 그 친구가 해주었던 영화 제작자 친척 어르신의 일화가 떠오르는 건 내가 지금 그 비스무리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참여했던 영화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큼 흥행이 되고 소문도 나쁘지 않은 해의 명절에는 친척들 사이에서 실없이 목소리가 커지지만 참여했던 영화의 흥행이 저조하거나 망했다는 소문이 돌면 괜시리 목소리가 작아졌다. 친척 어르신들의 엑스트라로 출연시켜달라는 매년 반복되는 청탁 아닌 청탁도 참여했던 영화가 잘 됐을 때는 그다지 지겹게 들리지 않는데 참여했던 영화가 안 됐을 때는 무지하게 지겹게 들린다. 그나마 그건 어릴 적 얘기였고 좀 나이가 든 다음부터는 언제 내 영화 만드냐고 물어오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런게 전국민이 겪는다는 명절 스트레스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친척 꼬마가 영화 한다고 몇 년 째 삽질하는 거 뻔히 아는데 모른척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긴 해서 이래 저래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친구의 영화 제작자 친척 어르신이 매년 흥망성쇄를 겪었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척 어르신은 나름대로 능력 있는 영화제작자였던 것 같다. 매년마다 버라이어티하게 흥망성쇄를 겪었다는건 어찌됐건 영화를 만들어서 극장에 걸었다는 뜻이고 그렇게 매년 극장에 영화를 걸 수 있을 정도의 제작 능력이 있다는 건 요즘 시대로 따지면 씨네21 영화인 파워 랭킹 순위권에 가볍게 들수 있을 정도의 유능한 제작자라는 뜻이다.


우리 대표는 추석을 맞이해 오전 내내 업계 사람들에게 돌릴 선물을 준비하고 직원들에게는 백화점 문화 상품권을 하사하셨고 고향이 지방인 직원들을 위해 퇴근시간도 12시로 땡겨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을 환영하는 직원들은 별로 없었는데 일찌감치 명절 모임 불참 선언을 한 몇몇 직원들을 뺀 나보다 연상의 미혼 직원들은 지독한 명절 스트레스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에게 추석 잘 보내라고 천편일률적인 단체 문자 보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다.

덧글

  •  이방인 2007/09/21 18:26 # 답글

    그, 그렇군요...
  •  아우라 2007/09/22 00:54 # 답글

    좀 낫군요.
    저흰 암것도 없이 받은거라곤
    '이번달 월급 못 나간다, 미안'이라는 이메일 한통...^^(<- 왜 웃음이...)
  •  netphobia 2007/09/22 02:04 # 답글

    컥...형 여기서 또.... -_-
    아~ 애드맨님 여기오면 왠지 낯설지 않아요 =_=;
  •  애드맨 2007/09/23 23:40 # 답글

    아우라님 블로그를 통해서 netphobia님 블로그를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ㅎㅎ
  •  검은머리요다 2007/09/24 12:14 # 답글

    '매년 사람같이 사는데..' 거참.. 가슴 아픈 문구네요. 애드맨님 이렇게 블로그에서 아는 분을 하나씩 만들다보면. 소문다나시겠습니다..
  •  애드맨 2007/09/24 15:17 # 답글

    검은머리요다님 // 블로그 설명에 실화절대아님이라고 써두었으니까 괜찮아요.ㅎㅎ
  •  LeAn 2007/10/29 14:39 # 답글

    명절때 그 흔한 김한상자 들고가 본지가 어언;;

    작년에는 제돈으로 사가지고 가서 모른척 드렸는데
    어머님 어찌나 눈치가 900단이신지
    '이거 니가 사온거아니야?' 완전뜨끔 땀삐질;;;;

    영화사직원 어머님도 5년차면 그리 되시나 봅니다 ^^;;
  •  애드맨 2007/10/30 01:03 # 답글

    LeAn님 // ;;;;;

2023년 3월 16일 목요일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추석시즌 한국영화 흥행순위 내기

 


망해가는 영화사의 즐거운 점심 시간에 추석 개봉 한국 영화 흥행 순위 알아맞히기 내기가 벌어졌다. 우리 망해가는 영화사의 존재 목적자체가 영화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는 것이므로 직원 중 누군가가 개봉 영화의 흥행 성적을 정확히 예측하는 감이 있다고 인정을 받으면 그 사람의 사내 인지도와 평판 그리고 영향력이 올라가게 되므로 영화 흥행 순위 내기가 벌어질때마다 자뭇 진지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한다. 여름 시즌 흥행 순위 내기는 화려한 휴가 아니면 디워였으므로 별로 재미가 없었지만 이번 추석 시즌 흥행 순위 내기는 각 배급사별로 종목이 다양하고 압도적인 승자는 없어보여 제법 흥미진진했다.


올 추석 영화 라인업은 cj엔터테인먼트의 즐거운 인생, 쇼박스의 두얼굴의 여친, 롯데의 사랑, 시네마서비스의 권순분 유괴사건, 폭스의 상사부일체다. 또 다른 영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이 정도에서 내기가 벌어졌는데 대부분 고만고만한 코미디 영화이고 압도적인 스타 파워를 갖춘 영화도 없어 어느 한 영화에 표가 몰리지는 않았다.


즐거운 인생은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라는 장점과 그거 말곤 장점이 없다는 단점이 있고 두 얼굴의 여친은 엽기적인 그녀와 비슷한 분위기의 나름대로 말이 되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점과 추석 시즌에 왠 로맨틱 코미디냐는 단점이 있다.


권순분 유괴사건은 김상진 감독의 작품이라는 장점과 본 사람마다 안 웃기다는 입소문이 퍼졌다는 단점이 있고 상사부일체는 두사부일체, 투사부일체의 속편이라는 장점과 주연배우들이 다 바뀌고 시나리오를 본 직원들마다 쉣을 외쳤다는 단점이 있다.


사랑은 추석시즌에 코미디가 아니라는 장점과 추석시즌에 코미디가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코미디가 아니라는 이유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곽경택 감독과 주진모 주연의 조합도 장점일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 특이한 영화이다.


우리 망해가는 영화사의 추석시즌 흥행 예상 순위 결과는 1.권순분 유괴사건 2.두얼굴의 여친 3.상사부일체 4.사랑 5.즐거운 인생 순인데 사실 표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아 흥행 예상 순위라기보다는 흥행 내기 배당 순위라고 해야겠다.


망해가는 영화사 흥행 예상 순위 차트에서 두얼굴의 여친이 상사부일체를 제치고 2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대 여직원들의 몰표 덕분인데 영화하는 사람이 어떻게 상사부일체보다 두얼굴의 여친의 우세를 예상할 수 있는지는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본 얼티메이텀을 생각 하면 한국영화끼리 흥행순위내기가 별 의미가 없어 보여 내기에 참여하면서도 솔직히 김이 빠지고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그보다 더 힘이 빠지는건 우리 망해가는 영화사가 투자한 영화가 추석시즌 개봉은커녕 아직 촬영도 끝나지 않았고 엎어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냥 즐겁다는 듯 내기에 참여하고 신나게 떠들고 있는 우리 여직원들이지만 영화사의 미래에 대한 흉흉하고 암울한 소문 때문에 그리 행복해보이지는 않은 점심시간이었다.

덧글

  •  앵벌천국 2007/09/20 14:46 # 답글

    흠..전 즐인>권순여>사랑
    두여친 상사의 꼴찌 쟁탈전으로 예상.

  •  Labyrins 2007/09/20 15:46 # 답글

    개봉전 봉태규의 인터뷰 내용중
    이번 영화를 통해 명예와 부를 다 거머쥐겠다는데..
    아무래도 무리인듯...-_-
  •  이방인 2007/09/20 15:57 # 답글

    즐거운 인생 뭔가 김빠진 콜라같았던...
  •  acid 2007/09/20 23:56 # 답글

    지방에서는 사랑이 대세더군요.
  •  검은머리요다 2007/09/24 12:17 # 답글

    즐거운인생.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짧지도 않고.

    그래도 오랫만에 만난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보긴 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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